언론이 주목한 파이

[일요신문]속속 생겨나는 대안대학 들여다보니


 

속속 생겨나는 대안대학 들여다보니

대안학교란 기존의 학교교육과 달리 자율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의미한다. 교육부는 지난 1997년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성화고교제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형태로 학력을 인정해 주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생겨났다. 2015년 5월 기준 교육부에 정식으로 인가받은 대안학교는 총 62곳이다. 이들 학교는 대안초등학교부터 대안고등학교까지 다양하며 중·고등학교 과정이 통합된 학교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안고등학교를 넘어서 대안대학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지식순환협동조합(지순협) 대안대학, 신촌대학교, 건명원 등의 대안대학이 문을 열었고 올해 3월에는 대안대학 ‘파이’가 개교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대안대학은 왜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일요신문>이 대안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를 살펴봤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모습. 학생 20여 명 중 2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10대와 30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2월 29일 오후 2시 지순협 대안대학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지순협 대안대학은 2015년 개교한 2년제 대안대학이다. 학생의 전공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으며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구조다. 이날 학생 20여 명이 모여서 지순협 대안대학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학생들은 2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10대와 30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는 강정석 지순협 대안대학 사무국장을 만나 학교 설립 목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정형화된 삶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싶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또 결혼하는 정형화된 삶의 방식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대안적인 삶을 사는 법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순협 대안대학은 학생의 역량강화를 위해 토론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학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A, B, C 등의 점수로 평가하지 않고 패스(pass)/페일(fail) 형태로 평가한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특징은 조합원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강사는 매월 조합비를 내고 강사료를 별도로 받는 생산자 조합원이고 학생은 소비자 조합원이다. 학생들도 조합원 자격으로 학교 정책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조합원 구조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순협 대안대학이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건물에는 약 80개의 사회적기업과 연구소가 협동조합 형태로 존재한다. 서울혁신파크는 서울시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건물이며 젊은 사업가들이 소정의 사용료로 입주할 수 있다. 지순협 대안대학의 마지막 학기인 7, 8학기(1년 4학기제 운영)는 자유전공학기로 졸업 후 진로를 탐색하는 학기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서울혁신파크 내 기업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건명원 입구(왼쪽)와 신촌대학교 버스킹 연극학과 포스터.

이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정명준 군(18)은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일반 대학에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기서 배운 걸 바탕으로 일본사회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학생회장을 맡은 박우현 씨(21)는 우연한 기회에 입학했다. 박 씨의 어머니가 우연히 입시설명회를 듣고 입학을 권한 것. 그는 “교육에 관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 따르면 2015년에는 26명이 등록해 학교를 다녔고 2016년에는 21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개교한 신촌대학교도 기존의 대학 교육에 반발해 설립된 대안대학이다. 기자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길우 신촌대 대표를 만났다. 한 대표는 “신촌대를 설립한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청년이 재밌게 만날 수 있는 교육공간이 부재한 것 같아서 만들었고 또 하나는 대학의 침묵 때문이다”라며 “지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 이슈에서 대학생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좀 더 목소리를 내는 대학을 원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학이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치킨집을 창업하고 싶은데 이런 창업 교육을 경제학과나 경영학과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설립이유를 설명했다.

한 대표는 지인과 둘이서 대학 설립을 결심했다. 서로 아는 사람을 모으고 SNS 등으로 홍보해 40명의 강사를 모아 시작했다. 강사들은 현직으로 일하거나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강사는 수강료의 절반을 강의비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 측이 기금으로 사용한다. 신촌대는 몇 년 과정이라고 정해진 게 없이 학과장과 강사의 재량으로 강의 기간을 결정한다. 한 대표에 따르면 신촌대 수강생은 100명이 넘는다. 20대가 절반,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신촌대 ‘기자되기’학과 과정을 수료한 한 학생은 “‘기자되기’학과만큼 알찬 커리큘럼은 처음”이라며 “가장 큰 영광은 현직 기자들이 멘토를 자처해 주고 열정적으로 강의를 이끌어 줬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신촌대학교에 이어 이태원대학교, 남산대학교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태원대학교는 외국인들과 언어를 통해 사교하는 법, 다문화가정을 도와주는 내용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남산대학교는 남산에 애니타운이 있으니까 만화와 관련된 강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대의 지난 1년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마산과 제주도에 있는 단체들이 대안대학을 설립하려 하는데 신촌대학교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는 이들과 대안대학 연합을 만들어서 영상서비스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3년제 대안대학 파이가 개교할 예정이다. 파이는 학생 스스로 직업을 만들도록 돕는 전문적 대안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의 커리큘럼은 심리상담 트랙, 건축디자인 트랙, 지역커뮤니티 트랙, 인문IT 트랙 등 4가지 트랙으로 구성돼있다. 학생은 4개의 트랙 중 주트랙 하나를 선택해 공부한다. 여기에 나머지 3개 트랙의 전문내용을 함께 이수하고 트랙 간의 내용을 통합해 공부한다. 자신의 전공 외에는 전문성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융합적 직업분야를 개척하는 게 파이의 목표다.

대안대학 중 교육부 인가를 받은 곳은 현재까지 없다. 인가를 받으면 교육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민간업체로부터 후원금 등을 받기가 용이하지만 학교들은 인가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한길우 신촌대 대표는 “인가를 받으면 재정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학교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자유롭고 자주적이게 대학교를 운영할 계획인데 돈을 받으면 눈치가 보인다”고 전했다. 강정석 지순협 대안대학 사무국장 역시 “교육부에 정식 인가를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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