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주목한 파이
〔조선일보〕 대안대학이 뜬다
입력 : 2016.06.01 15:04
기존 대학과는 다른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대안대학’을 찾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학에서 진로를 찾거나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느낀 청년들이 대안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그동안 대안학교는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10대 학생들이 딱딱한 입시 중심의 공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자율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대안 중·고등학교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대학교육까지 확장되는 추세이다. 어려운 인문학 수업부터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대학들도 등장했다.
국내 저명한 학자들이 인문·과학·예술 교육을 하는 ‘건명원(建明苑)’이 대표적이다. 30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수요일 저녁 4시간 동안 북촌의 한옥에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강도 높은 토론을 이어간다. 수강생들은 노자의 ‘도덕경(道德經)’과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키케로의 ‘국가론’ 원문을 암기해야 하고 매주 주어지는 과제와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1년 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올해 3월에 입학한 2기부터는 토요일에 ‘걷기 명상’ 수업에도 참여해야 한다.
공부량이 많은 데다가 정규 학위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 3월 수강생 30명 모집에 약 900명이 몰렸다.지난 2010년 첫 수강생을 모집한 ‘열정대학’은 진로 탐색을 돕는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3개월) 동안 강의를 직접 기획하고,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5월 입학모집에는 200명 이상이 신청했다. 전공과목은 학생들의 관심사만큼 다양하다. ‘공연문화비판학과’, ‘드라마제작학과’부터 ‘잘먹고잘살기학과’ ‘연애심리학과’, ‘추억회상학과’ 등 독특한 과목들이 많다. ‘오픈컬리지’ 역시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지원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자산관리 프로젝트’, ‘영화평론’ 등이 있다.이밖에 ‘신촌대학교’는 기자, 파티플래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올해 3월에 문을 연 ‘파이 대안대학’은 기업가 육성을 목표로 하는 3년제 대학이다. 서울 주요 대학교수들이 창업과 기업가 정신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학생들은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에 참여한다.
대안대학은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교육기관이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에 일반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고 있어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건명원은 수업료가 없고 1년 과정을 마친 수강생은 세계 여행비도 지급받는다. 열정대학의 경우 학생은 한 학기에 20만원, 오픈컬리지는 한 학기에 12만원이다. 열정대학 측은 “수강생 대부분이 20대인 만큼, 재정 상황을 고려해 낮은 등록금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필요한 역량과 교육과정을 찾아나서면서 대안대학의 종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영 파이 대안대학 대표는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기존 교육은 모든 사람을 한줄로 세우는 구조다 보니 미래에 생겨날 다양한 직업에 걸맞 은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존 교육이 가르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서 제공하는 대안학교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