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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이야기7 - 휴리스틱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은 인지심리학 연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인간 사고와 판단의 재미있는 현상들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휴리스틱과 바이어스(heuristics & biases)라고 하는 것들인데요, 인간 인지 및 사고 과정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휴리스틱이란, ““어떤 문제해결이나 사고를 요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책략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주먹구구식 생각/어림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요, 좀 더 와 닿게 설명하자면 휴리스틱적 사고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닌, 최소의 비용으로 적당히 좋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실생활로 돌아오면,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자극과 정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가는 곳마다 우리를 인지적으로 바쁘게 만드는 수많은 자극과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수업 준비를 하고, 바삐 나와서 수많은 행인들 사이에 끼어서 학교로 오고, 수업에 들어갔다가,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면서, 또 다음 수업과 저녁 약속에 대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항상 생각할 거리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할 거리들 사이에는 우선 순위라는 것이 있죠. 오늘 저녁, 사귄지 3주일밖에 안 된 그녀와 데이트를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눈 앞에 지나가고 있는 버스의 앞자리 번호가 왜 3일까? 3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가진 버스는 서울 시내 총 버스 수의 어느 정도 비율이 될까?”” 따위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우선 순위가 있는 것이죠.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저녁 데이트에 관한 생각과 버스 번호에 대한 생각 모두, 본질은 정보처리입니다. 또한 인간의 정보처리 용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정보처리 과정에 충분한 정보처리 자원을 투여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인간은, 많은 경우에 ““적은 양의 정보처리 자원만을 투여하면서도 적당히 괜찮은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우선순위 – 저녁 데이트 – 에 대해 우선적으로 많은 정보처리 자원을 투여한다는 것은, 정보처리 자원의 분배에 ““동기””가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적당히 자원을 투여하면서 썩 괜찮은 대안을 선택하는 방략인 휴리스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이 생존과 적응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화적 설명에 가까워진 관점입니다. 이러한 개념, 설명틀 모두가 현대심리학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사용되는 개념들입니다. 

 이러한 휴리스틱 중에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의 설명에 예로 들었던 버스 번호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만약 인간이 합리적 존재이고, 마치 고전 경제학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모든 대안을 고려한 뒤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면, 우리는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버스 번호와 수에 대한 통계자료를 찾아내어서 정확한 비율자료를 계산해내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당히, 대충”” 생각합니다. 그 몇 초 지나지 않는 짧은 정보처리 시간 동안에, 우리 머리 속에는 평소 등하교 길에 마주쳤던 버스들의 사례를 ““대충””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림잡아 생각해서, ““그래 뭐 대충 15%쯤 될 거야”” 라고 결론 내린 후에, 정보처리를 그만둡니다. 이렇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정보들, 그 중에서도 쉽게 활용가능한 정보들을 우선적으로 정보처리를 하는 휴리스틱””을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 휴리스틱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들, 주변의 친구들, 마주치는 사람들 중이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한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 같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를 많이 착용하고 있고, 그 브랜드의 광고를 일상 속에서 많이 접하고 있었다면, 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생각할 때 ““그래 아마 그게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브랜드일거야. 아마도 시장점유율도 1위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 휴리스틱이라는 정보처리 방식은 인간 인지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먼저 축복은, 이를 사용함으로 인해서 우리는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셀 수없이 많은 정보처리 장면에 노출되는데, 그 때마다 매번 심사숙고 하고 산다면 인간의 제한된 정보처리 자원은 그 것을 다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수명이 절반 이하로 단축될 지도 모르죠. 휴리스틱이라는 효율적인 무기가 있기에, 우리는 일상 속의 반복되는 수많은 정보처리 장면에서 별 탈없이 기능하고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저주는, 우리는 휴리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정확한 의사결정 및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림잡아서, 대충,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정보처리를 종결 짓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적당히 괜찮은, 썩 그럴 듯한 대안””을 선택합니다. 그 대안들은 언제나 ““최고의, 가장 정확한””대안이 될 수가 없음을 시사합니다. 때로는 이런 휴리스틱의 사용으로 인한 결과가 치명적인 실수와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럴 경우에 우리는 대개 정보처리 자원을 투여해서 보다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 판단과 선택을 하는 장면이 자신에게 그렇게 중요한 상황이라면 말이죠. 때문에 휴리스틱은 ““심사숙고””와 더불어 우리를 현실세계에서 ““썩 괜찮게”” 기능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러한 인지심리학의 원리들은 고전적 경제학의 ““합리적 선택자로서의 인간”” 이라는 가정에 정면 도전을 한 셈입니다. Daniel Kahneman이라는 인지심리학자는 이른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그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정보, 정보처리, 정보처리자로서의 인간””, 이렇게 다가오는 인지심리학은 마치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회를 읽으시면서는 ““아, 생각보다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이 드셨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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